플롯 plot
<얽어짜기>라고 옮길 수 있는 뜻의 영어 낱말, 무릇 모든 잘 쓴 글 은 주제나 논지를 살리기 위하여 잡다한 자료 중에서 적절한 것을 선 택하고 배열하여 처음, 중간, 끝이 필연성 있게 연결되도록 한 것인 데, 이와 같은 글의 구성 원리가 곧 넓은 의미의 플롯이다. 한 편의 짧은 서정시, 수필도 얽어짜기의 결과임은 물론이다.
그러나 얽어짜기는 주로 소설과 희곡처럼 이야기를 주요 재료로 가 지고 있는 문학의 형성 원리를 뜻한다. 얽어짜기의 이론은 아리스토 텔레스가 처음 수립했을 뿐 아니라 가장 완벽하게 수립했다고 인정된 다. 그는 예술적으로 사람의 행위를 모방한다는 것은 결국 사람의 행 위(사건)를 얽어짜는 것이라고 하였다. 행위를 얽어짠다는 것은 그 행 위를 하나의 전체로 만드는 것을 뜻한다. 하나의 전체는 처음, 중 간, 끝을 가지고 있는 사물이다. 처음은 그 앞에 필연적으로 아무것 도 없으나, 그 뒤에 무엇인가가 필연적으로 따르는 것, 중간은 그 앞 에 무엇인가가 필연적으로 있고, 그 뒤에도 필연적으로 무엇이 따르 는 것, 끝은 필연적으로 앞에 무엇이 있는 것, 그러나 뒤에는 필연적 으로 아무것도 없는 것이다.
전체라는 것은 부분들의 통일이 없어서는 성립되지 않는다. 부분들 이 통일을 이루기 위하여서는 그들 중의 어느 하나라도 자리를 바꾸 든지 빼어버리면 전체가 망가질 정도로 필요한 부분들을 다 각기 제 자리에 갖추고 있어야 한다. 빼어버려도 무방한 부분은 그 전체에 불 필요한 부분인 만큼 통일성을 저해하는 요소이다. 그런 까닭에 부분 들이 우연히 첨가되어 한 작품을 이루고 있는, 이른바 장면 연결(에피 소드)식 소설보다 부분들이 서로 인과 관계로 인하여 전후좌우로 개연 적 또는 필연적으로 연결되어 이루어진 작품이 더 가치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작품을 아리스토텔레스는 <뒤바뀜>이나 〈깨달음>, 또는 그 두 가지가 함께 일어나도록 짜여진 좋은 플롯의 작품이라고 하였 다. <뒤바뀜>이란 것은 정황이 처음 제시되었더 것과 정반대로 되어버리는 것, <깨달음>은 주인공 또는 독자가 모르고 있던, 혹은 오해하 고 있던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을 말한다. 이를테면 <옛날에 임금님이 돌아가셨습니다. 한참 후에 왕비님도 돌아가셨습니다〉라는 투의 이야 기(동화에 많다)는 두 개의 장면(에피소드)을 발생 시간 순서대로 연결 시켰을 뿐이다. <왕비님이 돌아가셨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전에 임금님이 돌아가셨기 때문에 슬퍼하다가 돌아가신 것이었습니다)라 는 이야기에서는 끝에 가서 독자의 <깨달음>이 생기고, 그 때문에 왕 비가 죽었다는 처음의 대목과의 필연적 연결이 인상 깊게 이루어진다.
<뒤바뀜>은 예컨대 불행했던 정황이 갑자기, 그러나 예측하지 못 했던 필연성 때문에 행복으로 바뀌는 것을 말한다.
사람의 행위들은 일상 생활에 있어서는 앞뒤가 특별히 인상적으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정해진 순서에 따라 습관적으로 무자각하게 생활하는 것은 흥미 있는 행위의 연속이 아니다. 문학에 서 특별히 얽어짜고자 하는 사람의 행위는 비상한 행위, 특별한 정신 적 및 육체적 체험, 모험 등이다. 이러한 행위는 갈등의 요소를 내포 한다.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이것이 갈등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결 혼하는 이야기, 원수와 대적하다가(역시 갈등) 예견하지 못한 불운으 로 말미암아 실패하는 이야기, 이것을 택할까 저것을 택할까 번민하 다가(마음의 갈등) 하나를 택하는 이야기 등등은 모두 비상한 행위에 관한 것이고, 사람들은 그러한 행위를 통하여 사람다운 가치를 실현 한다. 그러한 갈등이 없으면 얽어짤 것이 못 된다. 갈등은 적어도 두 가닥의 서로 대결하는 세력 사이에 벌어지므로 서로 주고받는 인과관 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갈등을 주로 겪고 있는 인물을 주인공(프로타고니스트)라고 하고 그 에게 맞서는 인물은 적수(안타고니스트)라고 하는데, 적수는 언제나 명백히 드러나지는 않는다. 이 경우, 적수를 알아차리는 일은 보통 끝에 온다. 주인공이나 적수의 행위가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그 당사 자들은 물론, 독자는 초조한 기대감을 갖게 되는데 (이른바 서스펜스와 스릴), 이 정서만을 일방적으로 자극하는 허구는 탐정소설 같은 것이다. 많은 경우에 있어 주인공과 적수가 서로 본격적인 갈등에 접어들 게 되는 계기가 마련된다. 어떤 작품은 한 가닥의 행위만 얽어짜지 않 고 그와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것 같은, 그러나 그것을 측면에서 조명하여 돋보이게 하는 부차적 플롯을 갖고 있다.
대개 플롯은 이야기(사건)가 발생한 순서대로 사건들을 얽어짜지 않기 때문에 위에서 말한 처음, 중간, 끝은 작품 자체의 처음, 중 간, 끝을 말한다. 작품은 실제 사건의 시작에서 시작되지 않을 수 있 다는 말이다. 사건의 중도에서부터 시작하여 이른바 <사건 중도에 뛰어 들기>앞에 일어난 일로 되돌아가는 일(이른바 플래시백)은 의도 적으로 창작된 작품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독일의 프라이탁은 대개의 작품의 플롯이 도입부, 오르는 행위, 전 환점, 내리는 행위, 끝맺음의 다섯 단계를 가지고 있는 피라미드라고 하였다. 전환점에서 갈등하던 두 세력은 결정적으로 대결하며 끝맺음 으로 향하게 된다. 끝맺음을 풀림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갈 등의 풀림을 뜻한다. 동양에서는 기승전결의 네 단계를 말 하고 있는데, 서양 개념과 다른 바가 없으나 내리는 행위를 전환점 즉 전후과 통합시키고 있다.
플롯은 실제 생활을 재료로 하여 선택하고 보완하고 배열을 다시 한 것이니만큼, 인위적인 것이다. 실제 생활은 무질서, 무형한 것이 나, 플롯에 의하여 질서와 형식을 갖게 된다. 생활을 예술로 변모시 키는 최대의 요소가 플롯인 것이다. 문학은 결국 플롯이라는 아리스 토텔레스의 사상은 문학론의 최대의 진리의 하나이다.
플롯을 이야기 줄거리로 잘못 이해하는 사람도 있는 듯하나, 이야 기 줄거리와 플롯은 오히려 서로 대립되는 개념들이다. 『춘향전』의 이 야기 줄거리는 한 가지이다. 그러나 그 줄거리를 재료로 삼아 지어낸 (다시 말하면 얽어) 작품은 여러 가지이며, 앞으로 더 생길 수도 있 다. 작가를 모르는 구소설 경판본 『춘향전』, 신재효의 판소리 「열녀 춘향 수절가』, 이해조의 신소설 『옥중화』, 이광수의 소설 『일설 춘향 전』 등은 모두 같은 이야기를 가지고 얽어짜기를 달리한 결과 생긴 별개의 창작품들이다.
객관적 상관물 objective correlative
엘리엇이 실생활에 있어서의 정서와, 문학 작품에 구현된 정서의 절대적 차이를 강조하는 입장에서 사용한 문구이다.
(어떤 특별한 정 서를 나타낼 때 공식이 되는 한 때의 사물, 정황, 일련의 사건으로 서, 바로 그 정서를 곧장 환기시키도록 제시된 외부적 사실들>이라고 그는 말했다. 이미 19세기 중엽에 이 문구가 사용되었는데 엘리엇이 지나가는 말처럼 떨군 이 문구를 계기로 하여, 일상 생활의 개인의 감정이 문학 작품에 액면 그대로 반영되는 것이 아니라, 그 감정과 상식적으로는 직접적 관계가 없는 어떤 심상, 상징, 사건에 의하여 구현된다는 사상, 즉 개인 감정의 예술적 객관화 사상이 강조되었다.
그러한 객관화를 위해 이용된 심상, 사건, 상징 등이 바로 객관적 상 관물이다. 개인의 정서가 그러한 예술적 객관화의 과정을 거치지 못 하고 그대로 생경하게 노출될 경우, 그것은 문학의 재료를 그냥 재료 상태에 그대로 머물게 한 것으로 본다. 김소월의 「진달래꽃」은 분명히 김소월의 개인적 정서와 관계가 있으나, 이별하는 남녀 관계에서 버 림받는 여자가 혼자 말하는 객관적 정황을 마련하고 있는데, 바로 이 정황이 김소월의 개인적 감정의 객관적 상관물이 된다. 슬픈 감정을 그냥 아아 슬프다!)고 토로하는 것은 객관화되지 못한 것이다. 문학은 개인의 감정과 사상의 표현이라고 하는 흔한 정의는 객관적 상관 물 이론, 넓게는 예술적 거리 개념으로 크게 수정되었다. 이는 더 넓 게는 객관주의 문학론의 한 개념이다. 개성, 정서
이상섭 / 문화비평 용어사전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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